게임스탑 사태에 대한 정리
게임스탑은 뭐고, 게임스탑 사태는 뭔데?
게임스탑 사태에 대해서 논하기 전에 게임스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지요. GameStop은 1984년 텍사스에서 시작된 미국의 최대의 오프라인 비디오 게임 전문 소매 체인입니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그러하듯, 게임스탑도 온라인 게임 판매 플랫폼에 밀려 서서히 죽어가던 중이었습니다.
한편,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인 Reddit의 주식 게시판인 WallStreetBets의 유저들은 2020년 4월 경에 게임스탑의 주식이 저평가되었고, 시장 유통 주식 물량의 84%가 이미 공매도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매입하고 있었으나, 그 여파는 미미했습니다.
2020년 10월경에는 공매도 세력이 그들의 매수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매도를 두 배로 늘린 사실을 알아내고, (이미 시장 유통 주식 물량의 120% 이상이 공매도 되고 있었습니다.) 공매도 세력을 공격하기로 결의합니다.
2020년 11월에는 반려동물 용품업체인 츄이의 대표인 라이언 코헨이 게임스탑의 지분을 13% 정도 대량 매입하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탑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듬해 1월에는 라이언 코헨이 게임스탑의 이사회에 합류, 온라인 판매 주력으로 경영 노선을 전환하면서 게임스탑의 주식 가치가 더욱 상승하게 됩니다.
Tomorrow am at 11:30 EST Citron will livestream the 5 reasons GameStop $GME buyers at these levels are the suckers at this poker game. Stock back to $20 fast. We understand short interest better than you and will explain. Thank you to viewers for pos feedback on last live tweet
— Citron Research (@CitronResearch) January 19, 2021
이런 와중에, 시트론 리서치라고 하는 미국의 헤지 펀드가 1월 19일에 “게임스탑 주식을 지금 사는 사람들이 주식판에서 호구인 5가지 이유”라는 주제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하겠다는 트윗을 올리며 게임스탑 매수자들을 비난합니다.
WallStreetBets의 게임스톱 투자자들은 화가 났고, Melvin Capital과 Citron Research와 같이 게임스탑에 공매도를 한 헤지 펀드를 공격하기 위해서 간단한 전략을 사용합니다. “한번 사면, 절대로 팔지 않는다.”
이미 게임스탑에 걸려있는 공매도는 시장 유통 물량의 140% 이상이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 매수하게 되면, 공매도를 한 기관들은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서 상당히 높아진 가격에 주식을 매입(숏 스퀴즈)하기 때문에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은 게임 스탑의 콜 옵션 또한 대거 매입해서 금융사들이 콜 옵션을 헤지하기 위해 주식을 사들이는 감마 스퀴즈까지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스탑의 주식은 하늘 높이 상승했고, 가격 상승률에 눈이 돌아간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게임스탑 주식은 한때 480달러까지 치솟습니다. 치솟은 가격에 몇몇 헤지 펀드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WallStreetBets의 공격 목표 중 하나였던 Melvin Capital은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였으며, Citron Research도 더이상 매도 보고서는 내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헤지 펀드가 손실을 보는 이 절묘한 타이밍에, 미국의 주식 거래 중개 플랫폼인 로빈 후드가 게임스탑 주식을 포함한 몇몇 주식의 매수 금지 정책을 발표해서 로빈 후드와 헤지 펀드가 결탁하여 개인 투자자를 농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이는 그냥 옵션과 주식 거래량 증가에 따른 증거금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였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데? 게임스탑 주식 사라고?
제가 주식 전문가는 아니므로, 여러 다른 참고 자료에 있는 내용에서 추측을 해 보겠습니다. 일단 Ortex에 나와 있는 1월 27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시장 유통 물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약 130%로, 13% 감소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매도 포지션을 많이 청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게임스탑 가격이 버블이라는 것은 자명하고, 마땅한 출구 전략 없이 달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헤지 펀드들은 투자자 집단이 와해하여 패닉 셀로 이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 보입니다. 게임스탑 사태가 더욱 이슈화 될수록 더 많은 사람이 게임스탑 주식을 사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가격 통제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헤지펀드들이 주식 대여나 블록딜을 통해서 버텨내고, 그 이후의 패닉 셀로 끝나는 정도가 되며, 이후에도 헤지 펀드에 대해서 숏 스퀴즈를 노린 몇 차례의 크고 작은 주식 매집 단체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헤지 펀드들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큰 손실을 입어 손실의 연쇄로 헤지 펀드에서 보험사로, 보험사에서 투자은행으로 연쇄적인 금융 쇼크가 발생해 경제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게임스탑 사태를 굳이 따로 글로 다룰 만큼 주목을 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 사태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의 월가에 대한 분노가 만들어낸 금융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많은 사람의 삶이 피폐해진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에 반해 세금을 투입해 살린 월스트리트의 펀드 매니저들은 벌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고 잘 살았습니다. 이러한 것에 대한 분노로 월가 점령 시위가 일어났지만, 곧 와해하고 잊혔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주식시장에서 표출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는 특정한 기관이나 개인이 아닌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사람들의 집합이 기관을 상대로 어느 정도의 위협을 가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게임스탑 사태를 조사하면서 WallStreetBets의 많은 글을 읽었지만, 게임스탑의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음을 알고, 공매도가 많음을 눈치채고, 주식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주도적인 개인이나 마일스톤이 되는 게시글이 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소통의 흐름 속에서 기관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고 성공 시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만약 단발적이지 않고 기관에 대응하는 지속적인 움직임이 된다면,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의 무소불위의 힘을 구사하는 기관을 견제하는 또 하나의 세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사태는 진행 중이고, 어떤 결말이 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버티지 못하고 패닉 셀로 가며 또 다른 거대 자본 승리의 역사가 쓰이게 될지, SEC가 개입하게 될지, 아니면 정말로 완전히 숏 스퀴즈가 나며 개인 투자자들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될지 주시해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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