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 2022

다시 돌아보는 NFT의 초기와 미래

TL;DR : 전부터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NFT가 왜 생겨났고, 게임과 예술품에 우선적으로 적용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오해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나서 왜 NFT가 디지털 자산, 나아가서는 실물 자산과 연동되는 것이 필연적인지, 앞으로 NFT가 우리에게 있어 어떤 형태의 투자 상품이 되는 것이 바람직 할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 합니다.

다시 돌아보는 NFT의 초기와 미래

2022년 4월 27일, 골드만삭스의 디지털 자산 부서장인 매튜 맥도멋이 파이낸셜 타임즈의 디지털 / 암호 자산 서밋에 참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저희는 NFT를 금융 상품의 맥락에서 알아보고 있고, 그 잠재력이 꽤 강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 중인데, ...

골드 만삭스와 같은 대형 은행이 갑자기 NFT를 금융을 시도한다는 이야기는 NFT에 대해서 미술품 이나 수집품 거래를 위해 사용되는 토큰이라고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운 이야기이다. 고작해야 그림 거래를 위해 쓰이던 ERC-721이 왜 갑자기 금융에 사용된 다는 것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더리움의 초기인 2018년 초로 돌아가서 NFT가 생겨난 이유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NFT가 태어난 이유: 집을 Ethereum으로 거래하고 싶다

Non-Fungible Token, 줄여서 NFT라고 불리는 ERC-721은 원래 "Deed" (부동산 등기) 를 스마트 컨트랙트로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물건이다. 그림, 미래의 매출, 심지어는 까지 유동화하는 세상에 유동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자산은 없다지만, 집이나 미술품 같은 수집품이나 사용 자산은 잘 유동화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들 자산은 각각이 개개의 것들이 다 달라서, ERC-20과 같은 토큰으로는 각각을 구분해 거래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ERC-20 표준으로 개발된 A 토큰 한개가 어떨 때는 강남구 래미안 아파트의 보유권을 상징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수원시 권선구의 신동아 아파트의 보유권을 상징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 둘을 토큰만 보고 구분하는게 가능하겠는가?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ERC-721 표준인 것이다. 애시당초 NFT는 유동화 하지 않을 개개의 독자적인, 복수 존재 불가능한 (Non-fungible) 자산을 담기 위한 토큰에 대한 표준이다. 그런 맥락 하에서 보자면, 게임 아이템이나 그림보다는 실물자산의 토큰화 하는데 사용되고 이것이 금융 시스템과 연동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근데 우리는 왜 OpenSea에서 집행검이나 사고 팔지?

그렇다면 이것이 대체 왜 그림과 게임 아이템, 소위 메타버스라 불리는 키워드와 묶여 나가고 있는 것인가? 그것은 크게 세가지 이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NFT의 최초 사용 사례들이 게임들이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아이템 금전 거래에 대한 수요 때문이고,  마지막으로는 대체 불가능성 (Non-fungiblity)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

1. NFT로 돈을 번 프로젝트들이 전부 게임과 수집품이었다.

NFT가 도입된 이유가 사용 자산들의 소유권을 담은 토큰을 발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긴 했지만, ERC-721 문서에 언급되어 있는 초기 구현체들을 보면, 부동산 프롭테크 업체인 Propy를 제외하면 우리가 잘아는 크립토키티, 크립토펑크, 디센트럴랜드 등 게임과 수집물에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애시당초 ERC-721의 표준화를 주도한 사람 중 하나가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Dapperlabs의 CTO인 Dieter Shirley 였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초기의 성공적인 (다시 말해, 성공적으로 돈을 모금한) 프로젝트들이 주로 게임과 수집품에 몰려 있으니, 그 이후의 프로젝트들도 그러한 부분을 따라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해가 잘 안되지만, 이 괴상한 고양이들이 당시에는 Ethereum 가스비를 올리는 주 원인이 될 만큼 성공적이었다.

2. 게임 업계는 원래부터 돈으로 아이템을 팔고 싶었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에서의 NFT 적용 성공 사례는 게임 업계에서 그들의 오랜 꿈을 다시 꺼내오게 하는데, 그것은 바로 게임 아이템 금전 거래이다. 게임 아이템 금전 거래 같은 경우에는 물론 현행 법규 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게임 회사들이 사행성 문제나 사기 문제를 두려워 해 공식적인 거래 채널을 열어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하면, 게임 아이템들이 Ethereum 네트워크에 올라가게 되고, USDT와 같은 달러 연동 토큰으로 거래가 가능해진다. NFT 거래를 통해 아이템 거래를 하면 사기 문제는 거의 해결되는 데다가, (중고나라에서 돈 받고 아이템 안주는 사례는 흔하지 않던가? OpenSea로 거래하면 '돈 먹고 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임 회사의 개입없이도 거래가 가능해 게임 회사는 여전히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롭다. 게임 회사 입장에서 이점만 가득하고 단점은 거의 없으니 시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NFT 기반 카드 게임의 일종인 Parallel. 카드 게임인데 카드 하나 하나를 돈 받고 판다. 게임 회사 입장에서는 화수분이 따로 없는 격이다.

3. 누군가 NFT에 담으면 예술품 원본 추적이 된다는 헛소리를 퍼뜨렸다.

게임 아이템과 인터넷 밈을 담을 수집품을 다루다 보니, 수집품의 연장선 상에서 명화나 예술품들을 NFT가 담기 시작한다. 이러한 예술품 NFT 프로젝트들이 많이 생기면서 사람들은 "왜 굳이 예술품을 NFT에 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들을 던지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대체 불가능성 (Non-fungiblity) 에 대한 오해가 시작된다. NFT의 대체 불가능성이란, NFT이 소유권을 표시해 주고자 하는 자산이 대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자면, 어느 NFT가 경기도 광주시의 어느 전원주택의 소유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하자. 이 전원주택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체가 불가능한 자산이다. 이러한 자산을 담고 있기 때문에 대체 불가능 토큰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간혹 혹자들은 그림이 담겨 있는 NFT 같은 경우는 그림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면 나도 가질 수 있는데, 이게 어떻게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란 말인가? 라고 묻는 경우가 있다. 요즘 시대에는 빈 센트 반 고흐와 같은 명화 화가의 그림 모작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진품 만이 오직 가치를 지니지 않는가? NFT 그림 또한 누구나 복사 붙여넣기로 가품을 지닐 수는 있지만, 작가가 인정하는 진짜 그림은 대체 불가능 하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유명한 NFT의 그림을 복사해서 똑같은 그림을 담은 NFT를 발행할 수 있지만, 오직 원본 NFT 주소에 담긴 그림만이 원본이고 진품이다.

요는 NFT의 대체 불가능성이란 자산 자체가 지니는 대체 불가능성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NFT에 자산을 담음으로써 해당하는 유형의 자산 혹은 데이터에게 대체 불가능성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예술품 NFT에 관해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것은 "원본임을 증명하기 어려움" 이라는 이야기이다.  NFT에 디지털 아트나 예술품을 담는다고 그것이 원본임을 증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수많은 작품 도용 NFT 발행 사례들로 부터 알 수 있지만, 이러한 대체 불가능성에 대한 오해는 오히려 미술품 NFT가 활성화 되도록 도왔다.

이러한 이유에서 게임 아이템과 예술품을 비롯한 수집품에 주로 사용이 되고 있었는데, 최근 점점 디지털 자산과 금융을 연동하기 위한 시도가 늘어나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골드 만삭스의 그것이다.

그래서 NFT가 어떻게 될 것 같아?

이미 NFT는 많은 가치를 지닌 디지털 자산의 일종이 되어 가고 있다. 수많은 거래품들이 NFT를 통하여 거래되고 있다. 글을 작성하는 2022년 5월 1일 시점으로 NFT의 일 거래액은 3100만 달러이고, 유명 수집품 경매소인 소더비스도 NFT 전용 거래소를 운영 중에 있다. 가치 평가가 가능한 자산이니, 거래소는 기본이고, 담보로 하는 대출도 만들어 질 수도 있고, NFT의 유동화나 각종 파생 상품도 나올 수 있다.

한편, NFT 투기가 과열되어 과평가 되어 있다는 평들이 있다. 그것 또한 사실인데, 나의 생각에는 향후 NFT는 현재의 단순히 디지털 아트만 찍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세계관을 크게 넓히고, 하나의 콘텐츠 경제를 이루고, NFT를 보유하는 것이 콘텐츠 경제를 추종하는 어떤 포지션을 가지는 것과 같게 되도록 할 것 같다. 가지고 있는 캐릭터나 IP, 세계관으로 커뮤니티와 함께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를 통해 더 많은 팬을 모으며, 콘텐츠 파워를 강화해 나가는 식인 것이다. 그 때에 NFT는 곧 해당 IP의 콘텐츠 파워를 현물 가치로 반영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본 포스팅의 내용은 어떠한 투자상품의 안정성도 보장하지 않으며, 이 글을 참조하여 이루어진 투자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그 어떠한 피해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습니다.